손자녀가 할아버지의 재산을 받는 장면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법이 그 재산을 넘겨주는 길은 셋으로 나뉩니다. 먼저 떠난 부모의 자리를 잇는 대습상속, 손자녀가 자기 이름으로 순위에 서는 본위상속, 그리고 할아버지의 상속이 정리되기 전에 부모가 다시 숨져 상속이 두 번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어느 길이냐에 따라 함께 받는 사람, 몫의 크기, 빚이 섞이는지가 달라집니다.
이 글은 세 가지를 한 표로 비교하고, 각각을 판례와 조문의 표현에 맞춰 풀어 봅니다. '본위상속'은 대법원 판결에 쓰인 말이고, 세 번째 경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재상속'이라는 말로 적고 있어 이 글에서도 그 표현을 씁니다.
세 가지를 한 표로
| 구분 | 대신 받는 경우 | 자기 순위로 받는 경우 | 두 번 이어지는 경우(재상속) |
|---|---|---|---|
| 생기는 때 | 상속인이 될 사람이 상속개시 전 사망(동시사망 추정 포함)·결격·상실 | 앞 순위가 비어 자기 차례가 옴 | 상속이 열린 뒤 상속인이 다시 사망 |
| 상속의 횟수 | 한 번 | 한 번 | 두 번 |
| 받는 사람 | 빈자리 주인의 직계비속, 사망의 경우 그 배우자 | 순위표에 따라 정해진 본인 | 뒤에 숨진 상속인의 상속인 |
| 몫의 기준 | 빈자리 주인이 받았을 몫(제1010조) | 같은 순위끼리의 법정 몫(제1009조) | 첫 상속의 몫이 사망자 재산에 섞여 다시 나뉨 |
| 빚 | 고인의 빚만 그 몫만큼 | 고인의 빚만 그 몫만큼 | 뒤에 숨진 상속인 자신의 빚도 함께 섞임 |
대신 받는 길: 비어 있는 자리를 잇는다
민법 제1001조가 정한 길입니다. 할아버지보다 아버지가 먼저 숨졌다면, 할아버지의 상속이 열린 순간 아버지 자리는 이미 비어 있고 손자녀와 어머니가 그 자리를 잇습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같은 사고로 숨져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이 길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9다13157). 동시사망의 구체적인 처리는 함께 사망한 경우 문서에 정리했습니다.
이 길의 특징은 상속이 한 번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아버지의 재산은 이 계산에 끼어들지 않으므로, 아버지가 남긴 빚도 할아버지의 상속과는 따로 정리됩니다.
자기 순위로 받는 길: 손자녀가 직접 순위표에 선다
같은 판결은 고인의 자녀가 상속개시 전에 전부 사망한 경우 손자녀의 상속은 본위상속이 아니라 대습상속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자녀가 모두 없으니 손자녀가 곧바로 1순위로 올라선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대법원은 대신 받는 길로 정리했고, 그래서 몫도 가지별로 나뉩니다.
반대로 손자녀가 자기 순위로 서는 대표적인 경우는 앞 순위가 포기한 때입니다. 포기는 대신 받는 원인이 아니어서 포기한 자녀의 자리를 손자녀가 잇지 않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2005년 선고한 2003다43681 판결은 고인의 처와 자녀가 모두 적법하게 포기하면 손자녀 등 그다음 순위의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손자녀는 부모의 자리가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순위에 섭니다. 고인의 배우자가 포기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자녀 전원의 포기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는 2023년 전원합의체 결정(2020그42)도 있으니, 포기가 얽힌 경우는 포기와 대습의 차이 문서와 함께 보아야 합니다.
두 번 이어지는 길: 상속이 정리되기 전에 상속인이 숨진다
할아버지가 먼저 숨지고, 재산을 나누기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 보겠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숨진 순간 이미 상속인이 되었으므로, 아버지가 받을 몫은 아버지의 재산 안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상속으로 다시 넘어갑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0조는 상속개시 후 10년 이내에 상속인의 사망으로 다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를 '단기 재상속'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다룹니다.
민법도 이 상황을 위한 규정을 두었습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상속을 승인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채 3개월 기간 안에 숨지면, 아버지의 상속인은 자기에게 상속이 열린 것을 안 날부터 그 기간을 새로 계산합니다(제1021조). 또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할아버지 재산에 대한 몫은 아버지의 상속인들에게 넘어가므로(제1005조), 할아버지 재산을 나누는 협의에도 그 사람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같은 가족, 다른 결과
자녀 없이 배우자만 둔 아버지가 있고 할머니가 살아 있는 구성이라면, 할아버지 재산 가운데 아버지 몫이 어디로 가는지는 사망 순서에 따라 갈립니다.
-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숨졌다면: 아버지의 배우자가 아버지 자리를 홀로 이어 그 몫 전부를 받습니다(제1003조 제2항).
-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나중에 숨졌다면: 그 몫이 아버지 재산에 들어간 뒤, 아버지의 배우자와 직계존속인 할머니가 1.5 대 1로 나눠 배우자 5분의 3, 할머니 5분의 2가 됩니다(제1003조 제1항, 제1009조 제2항).
두 경우 모두 나뉘는 몫의 합계는 같지만 받는 사람이 다릅니다. 게다가 두 번째 경우에는 아버지 자신의 빚이 같은 재산 덩어리에 섞이므로, 대습상속이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세 길을 가르는 첫 기준은 사망 일시의 선후이고, 그다음이 자리가 빈 원인입니다. 다른 질문은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서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망 일시가 하루 차이라면 어느 길인가요?
A. 선후가 기록으로 확인되면 그 순서를 따릅니다. 아버지가 하루 먼저였다면 대신 받는 길, 하루 늦었다면 두 번 이어지는 길입니다. 같은 사고로 선후를 알 수 없을 때만 동시사망 추정이 문제 됩니다.
Q. 두 번 이어지는 길이면 세금도 두 번 내나요?
A. 상속세는 상속마다 따로 따지지만, 10년 이내에 다시 상속이 열리면 앞선 상속세 일부를 공제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세액은 세무 전문가와 확인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30조·제1000조·제1001조·제1003조·제1005조·제1009조·제1010조·제1021조·제1042조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0조 [시행 2026. 1. 2.][법률 제21065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 /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대법원 2023. 3. 23. 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2026-10-2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