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장례를 마친 가족 사이에서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받았을 몫은 이제 누구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곤 합니다. 민법은 이 물음에 대습상속이라는 제도로 답합니다. 다만 비어 있는 자리를 언제나 채워 주는 것은 아니고, 조문이 꼽은 세 가지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있어야 대신 받는 관계가 생깁니다.
이 문서는 2026년 3월 17일 전문개정된 민법 제1001조를 기준으로, 대신 받는 일이 생기는 세 경우와 그 빈자리에 누가 들어서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조문을 세 조각으로 나눠 읽기
제1001조는 한 문장이지만 나눠 보면 세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 비어 있는 자리 — 원래 이어받았을 사람이 고인의 직계비속(자녀 등)이거나 형제자매여야 합니다(제1000조 제1항 제1호·제3호).
- 자리가 빈 원인 — 상속이 시작되기 전에 사망했거나, 결격으로 상속인이 되지 못했거나(제1004조),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경우(제1004조의2)입니다.
- 들어서는 사람 — 그 빈자리 주인의 직계비속이 그 사람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됩니다.
자리를 비운 사람을 흔히 피대습자라고 부릅니다. 피대습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자녀 쪽과 형제자매 쪽뿐입니다. 고인의 부모 같은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 방계혈족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그 자녀가 자리를 넘겨받는 구조는 조문에 없습니다.
첫째 원인 — 고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
가장 흔한 모습입니다. 기준은 '상속개시 전'이므로 고인과 자리를 비운 사람의 사망 일시를 나란히 놓고 누가 먼저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같은 사고로 함께 숨져 선후를 가릴 수 없을 때의 처리는 판례가 따로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사망한 경우를 다룬 문서에서 이어서 보세요.
순서가 거꾸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인이 먼저, 자녀가 나중에 숨졌다면 자녀는 일단 상속인이 되었다가 자기 몫을 포함한 재산을 다시 남긴 셈이 됩니다. 이때는 대신 받는 관계가 아니라 상속이 두 번 이어진 것이어서, 자녀의 배우자와 자녀가 재산을 받는 경로도, 몫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원인 — 상속결격
민법 제1004조는 다음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 사람은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 고의로 직계존속, 고인, 고인의 배우자, 선순위나 동순위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
- 고의로 직계존속, 고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 사기나 강박으로 고인이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거나 철회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
- 사기나 강박으로 고인에게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경우
- 고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은닉한 경우
이 조문은 별도의 선고 절차를 두지 않고 해당한 사람은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만 적고 있습니다. 결격자 본인은 빠지지만 그 자녀까지 함께 빠지는 것은 아니어서, 결격자의 직계비속이 그 자리를 이어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원인 — 상속권 상실 선고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제1004조의2는 결격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고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렸거나, 고인 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의 상속권을 가정법원이 박탈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고인이 공정증서 유언으로 그 뜻을 남겼다면 유언집행자가 청구하고, 그런 유언이 없으면 공동상속인이 그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이 시작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상속권을 잃습니다.
이 선고가 대습 원인으로 조문에 명시된 것은 2026년 3월 전문개정 때이고, 부칙 제2조는 이 부분을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하도록 정했습니다. 상속이 그보다 앞서 열렸다면 그 당시 조문을 따로 살펴야 합니다.
실무에서 조심할 대목은 청구가 아직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상실 선고는 확정되어야 효력이 생기므로, 재판이 끝나기 전에 그 사람을 빼고 재산을 나누거나 그 자녀를 대습상속인으로 확정해 버리면 결과가 뒤집힐 때 정리가 복잡해집니다. 선고가 확정될 때까지는 나눔을 미루거나 결론에 따라 고칠 수 있는 방식으로 합의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 원인에 공통으로 따져 볼 것
- 자리를 비운 사람이 고인의 자녀 쪽인지, 형제자매 쪽인지
- 원인이 생긴 시점이 고인의 사망보다 앞서는지(상실 선고는 소급 효과까지 함께 확인)
- 그 자리를 이을 직계비속이 실제로 있는지
상속 포기는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포기했다고 손자녀가 아버지 자리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포기와 대습의 차이를 다룬 문서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의 아내도 남편 자리를 대신하나요?
A. 개정된 제1003조 제2항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만 그 자리에 세웁니다. 결격자의 직계비속은 대신 받을 수 있지만 결격자의 배우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고인의 부모가 먼저 돌아가셨다면 부모 몫을 다른 가족이 대신 받나요?
A. 직계존속은 대습의 대상이 아니므로 부모 자리를 누가 대신 채우는 구조는 없습니다. 부모가 모두 없으면 같은 2순위의 조부모가 있는지를 보고, 그다음 형제자매 순서로 내려갑니다.
정리
대습상속은 자리가 비었고, 그 원인이 법이 꼽은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이며, 그 자리를 이을 직계비속이 있을 때 생깁니다. 세 조건을 하나씩 확인하는 데서 출발하고, 다른 질문은 대습상속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서 살펴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1000조 제1항·제1001조(2026. 3. 17. 전문개정)·제1003조 제2항·제1004조·제1004조의2, 부칙(법률 제21454호) 제2조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